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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18년 4월 8일 중부매일 [역사문화 속에서 맛을 그리는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

  • 2018-04-10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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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속에서 맛을 그리는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사람과 경제] 12. 사회적기업 '진지박물관'
 
직지박물관 김정희 원장은 "한그릇의 밥에는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며 "맛으로 그림을 그리듯 시대상과 역사인물, 당대의 대외 정세까지 분석한 종합적인 역사연구의 결과물이 음식이라는 콘텐츠에 담긴다"고 말했다. 김정희 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 인물을 연구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다양한 문화재를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유산에 내재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교육·문화·체험·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문화유산 향유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 진지박물관(원장 김정희) 이야기다.
 

여러분 진지 드세요

진지박물관의 '진지'는 끼니로 먹는 음식을 뜻하는 밥의 높임말이다. 진지박물관은 음식의 재료와 요리법을 소개하고 특징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옛 문헌 '고조리서(古調理書)'에 나온 음식을 재현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오래된 것, 현재와는 연관이 적은 옛날 이야기로 치부되는 민속과 전통문화를 음식을 매개로 끄집어내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진지박물관에서 '음식'은 전통문화 콘텐츠의 빗장을 푸는 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진지박물관이 여느 박물관과 달리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음식 재현이 옛 음식의 조리법을 되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맛으로 그림을 그리듯 시대상과 역사인물, 당대의 대외 정세까지 분석한 종합적인 역사연구의 결과물이 음식이라는 콘텐츠에 담긴다. 그래서 사회적기업 진지박물관 앞에는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라는 별도의 수식어가 붙는다.

김정희 원장은 "한그릇의 밥에는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며 "진지(밥)는 전통과 문화를 이루는 근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리 조상들이 무얼 먹고 살았는지, 음식은 어떻게 조리했고 보관했는지를 살펴보다보면 역사가 보이고 문화가 보이고 시간을 읽게 된다는 의미다.

 


오감체험 역사공부방

음식으로 맛을 낸 역사 공부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다. 충북의 자연과 문화적 특징을 인물 중심으로 공부하고 직접 체험까지 하다보니 호응이 높다.

매월 1회 운영하는 충북음식역사문화아카데미에는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부터 결혼이주여성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음식연구모임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문헌자료(고조리서, 고문헌)와 자연환경, 민속자료, 미술사(회화, 도자 등), 고고학(유적, 유물 등)을 아우르다보니 인문학 요리교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요리인문학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바탕에는 김정희 원장의 경력과 내공,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십여년간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 팀장으로 일했고, 대학에서 고고미술을 전공했다. 요리하는 것이 좋아 조리 관련 자격증을 섭렵했고, 조선왕조 궁중음식 전수기관인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지난해 궁중음식 고조리서반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고 심화 교육을 받고 있다.

역사 속의 사연 있는 음식을 현대로 불러내는 산파 역할을 김정희 원장이 담당한다면,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해설사의 영역이다.

역사 음식을 대중에게 보급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 음식역사문화해설사양성과정이다. 해설사들은 고조리서와 고조리법으로 음식을 배우고 재현한 뒤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이를 다시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입문반, 연구반, 전문반, 해설사반으로 나눠 전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청주 빨강 콩 브랜드화

연구에서 시작된 박물관 사업은 체험형 식당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진지박물관의 별관이면서 음식체험관으로 불리는 청주 안덕벌의 '빨강 콩-진지박물관 음식이야기'는 시간을 건너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찬품단자(饌品單子)라는 이름의 메뉴판에는 '빨강콩 한 상', '증편 콩 샌드위치', '콩죽+증편 콩 샌드위치' 메뉴가 적혀 있다. 여기서 '빨강 콩'은 콩을 의미하기도 하고 팥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덕벌 여인들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 음식은 2017 세계문화대회 55개국 600명의 공식 만찬으로 선정되며 청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거듭났다.

"빨강 콩은 역사입니다. 1950년 보도연맹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은 콩나물을 키워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빨강 콩은 안덕벌 여인의 삶을 상징하는 콩이기도 하고 팥을 의미하기도 하고 온고지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김 원장은 "음식이 사라지면 그릇이 사라지고, 그릇이 사라지면 장인이 사라진다"면서 "한 그릇의 밥에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덕벌 '빨강 콩'에서 충북 무형문화재 제24호 주물유기장의 유기를 사용하는 이유도 역사와 문화를 담는 제대로 된 진지를 대접하기 위해서다.

'빨강 콩 한 상'은 콩부빔밥과 난장국, 콩죽, 두부전유어, 숭침채, 무숙, 붉은 고추장으로 구성돼 있다. 절기에 먹는 세시풍속 음식과 음식역사 스토리 체험 음식도 미리 주문하면 맛볼 수 있는데 송시열 진지상, 세계 최초로 태교 지침서를 저술한 청주 여인 사주당 이씨의 태교밥상, 조선 전기 육아일기 '양아록'에 바탕하고 있는 육아음식, 초정약수 수라상, 고려인의 밥상 등이 있다.
 


유부인 지원단체 소반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살린 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맛본 시민들은 '빨강 콩'의 사연에 공감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더 많은 이웃을 이곳으로 초대하고 있다.

지난해 진지박물관은 유부인을 지원하기 위해 '소반회'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돌아가신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여인'을 속되게 부르는 '미망인'이라는 호칭 대신 '남편을 잃고 홀로 남겨진 여인'을 뜻하는 '유부인(遺婦人)'이라는 호칭이 눈길을 끈다.

진지박물관의 수익금 중 일부는 유부인을 위한 교육과 재활, 복지를 위해 쓰여진다. 지역, 여성, 역사, 전통, 문화, 삶, 아픔, 상처 어떤 주제라도 음식에 담아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는 전하는 공간이 청주의 '빨강 콩'이다.

서예가 이쾌동의 글씨(간판 낙관 '빨강'), 서양화가 손부남의 그림같은 글(간판 '콩')이 역사문화체험공간에 불어넣는 생명력은 힘이 세다. 음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역사와 예술을 연결하면서 여럿이 함께 지역의, 문화의, 전통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김정희 원장. 다음에는 또 어떤 맛깔스런 이야기로 밥상을 차릴까 자못 궁금해진다.

 

김정미 기자  2galia@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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